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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사건은 9년에서 10년 전에 일어난 것이다. 그해 이른 봄, 세바스토폴이 함락되었고, 3월에는 파리에서의 평화 회담이 마무리되었다. 우리와 러시아 제국 사이의 상업적 관계가 그 즈음 회복되었다. 그해 나는 전쟁을 벌어지던 무렵 시작했던 북유럽 여행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나의 훌륭한 친구 조나단 젤프의 따듯하고 정감 넘치는 지붕 아래에서 12월 한 달을 보낼 생각에 나는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덤블톤 저택과 클레이보로우, 이스트 앵글리아에 넓은 영지를 가지고 살고 있었다. 유명한 회사의 중간 관리자였던 나는 러시아와 폴란드의 수도들을 방문했고, 그 도중 발틱 해의 무역항 몇 군데를 들러 꽤 오랫동안 머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는 이미 10월이었고, 영국에는 한 차례 발도 들이지 못하고 그 해의 대부분의 외국에서 지낸 상태였다. 그래서 나는 친구의 집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귀국하는 항해가 마무리된 후, 나는 리버풀과 런던에서 며칠을 보내며 회사 일을 완료했다. 그리고 마치 방학을 눈앞에 둔 아이처럼 흥분하고 즐거운 상태로 클레이보로우로 향했다. 내 여행 경로는 그레이트 이스트 앵글리아 노선을 타고 클레이보로우 기차역까지 가는 것이었고, 거기에서부터 나는 덤블톤에서 보낸 마차를 타고 15킬로미터를 달릴 예정이었다. 안개가 낀 오후였고, 12월 4일이라는 날짜에 비해서 특이하게 따뜻했다. 나는 런던에서 떠나는 415번 급행 열차를 예매했다. 겨울의 이른 저녁이 이미 대기를 어둡게 물들였고, 마차에 달린 등불들이 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빛났다. 습기가 창문에 매달려 성에를 만들었고, 온갖 손잡이와 대기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노점상의 지붕에 달린 가스등의 불꽃이 빛나는 안개를 주변으로 뿌렸지만, 그 안개의 끝부분의 어둠이 더욱 확실해 보일 뿐이었다. 열차가 출발하기 7분 전에 기차역에 도착한 나는 차장의 묵인 하에, 텅 빈 객실 한 칸을 독차지할 수 있었다. 나는 여행용 등불을 켜고, 유난할 정도의 아늑함을 느끼며, 책과 시가를 온전히 즐기며 앉아 있었다. 따라서 출발 직전, 한 신사가 승강장을 따라 달려오더니, 내 객실을 훑어보고, 잠긴 문을 열쇠로 열고, 안으로 들어왔을 때, 내가 느낀 실망감을 상당히 컸다.
처음 본 순간 나는 그를 예전에 본 적 있다고 생각했다.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몸에, 얇은 입술과 밝은 눈동자색을 가진 남자였다. 어깨는 불편할 정도로 굽어 있었고, 희끗희끗한 회색 머리카락이 조금 길게 자라서 칼라를 덮고 있었다. 그는 가벼운 방수 외투와 우산, 옷칠된 커다란 갈색의 보관함을 가지고 들어왔다. 들어오자마자 그가 보관함을 좌석 아래에 넣었다. 그리고 자신의 조끼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마치 자신의 지갑 또는 수표책이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하는 듯한 손짓이었다. 머리 위쪽 그물망 선반에 우산을 올리더니, 방수 외투를 자신의 무릎 위에 덮었다. 그리고 모자를 벗고 스코틀랜드산 옷감으로 만든 여행용 모자를 썼다. 그 즈음, 기차가 역을 떠나기 시작했다. 겨울의 옅은 회색빛의 노을 속으로 기차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 순간 나는 그가 누구인지 기억을 완벽하게 떠올렸다. 사실 그가 모자를 벗었을 때, 주름이 깊게 팬 이마와 좁지만 고상한 눈썹이 드러났는데, 그때 나는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내가 정확하게 기억하는 바에 따르면, 3년 전 내가 그를 만난 적 있었는데, 내가 가려고 하는 그 저택에서였다. 당연히 그 역시 내 친구의 저택으로 향하는 중이 분명했다. 그의 이름은 드웨리하우스였다. 그는 변호사였고, 내 기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내 친구 부인의 사촌이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바에 따르면, 그는 사회적으로나, 인간관계로나, 또는 사생활로나 상당한 성공을 거둔 사람이었다. 내 친구와 가족들은 그를 대하면서, 아주 부유한 친척을 대하는 듯한 깍듯하고 뚜렷한 예의를 갖췄다. 내 친구의 아이들은 그를 존경하면서도 조심스럽게 대했고, 그 집안의 집사 역시, 당연히 일반적인 태도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를 상당한 존경의 태도로 대했다. 흐릿한 등불과 희미한 노을의 햇빛에 비친 그는, 3년이라는 시간보다 훨씬 더 지치고 늙어 보였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시점과 비교해본다면 그것이 뚜렷했다. 그는 매우 창백했고, 눈동자 속에서는 불안이 느껴졌다. 이전에 만났을 때는 결코 본 적 없다고 생각되는 눈빛이었다. 입술 주위에는 걱정스러운 주름이 잡혀 있었고, 뺨과 턱 주변에는 텅 빈 초췌함과 공허함이 머물고 있었다. 슬픔 또는 병색이 느껴졌다. 그는 객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나를 흘끗 바라보았지만, 그의 얼굴에서 나를 알아봤다는 기색은 흔적도 없었다. 이제 그가 나를 다시 바라보았고, 내 생각에 약간 뭔가를 느낀 듯 보였다. 그가 나를 세 번, 아니 네 번 정도 바라보았을 때, 나는 그에게 인사를 건네기로 결정했다.
"존 드웨리하우스 씨가 맞으시죠, 아마도?"
"그게 내 이름이 맞아요." 그가 대답했다.
"약 3년 전에 당신을 덤블톤의 저택에서 만나는 기쁨을 가진 적이 있었죠."
드웨리하우스 씨가 고개를 숙여서 인사했다.
"나도 당신 얼굴을 안다고 생각하는 중이었어요." 그가 말했다.
"하지마나 당신 이름이..... 정말로 죄송하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더군요."
"랭포드예요. 윌리엄 랭포드. 아주 어린 시절 머천트 테일러 학교를 다닐 때부터, 조나단 젤프와 친하게 지낸 사이죠. 사냥 시즌이 되면 덤블톤에서 몇 주 정도를 보내곤 하죠. 아마도 우리 둘 다 같은 곳으로 가는 중인 것 같군요?"
"만약에 당신이 그 저택으로 가는 중이라면, 같은 목적지는 아니에요." 그가 대답했다.
"나는 사업상 출장을 가는 중이에요. 피곤하고 문제가 있는 일 때문에요. 반면에 당신은 얼굴 가득 즐거움만 느껴지는군요."
"정확하게 보셨어요. 나는 이번 방문이 올 한해 중 가장 밝고 즐거운 3주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여행하는 중이에요."
"즐겁고 기분 좋은 집이죠." 드웨리하우스 씨가 말했다.
"내가 아는 집 중 가장 즐겁고 활달한 곳이죠."
"그리고 젤프 가족은 극진하게 손님을 모실 줄 알죠."
"이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훌륭한 사람들일 거예요."
"사실 그 가족이 이번 크리스마스를 자신들과 같이 보내자고 초대하기는 했죠." 몇 분 정도 말을 멈췄던 드웨리하우스 씨가 덧붙였다.
"그럼 당신도 가시는 건가요?"
"지금으로서는 결정하기 힘들어요. 지금 내가 해결해야 하는 이 일에 달려 있어요. 아마도 당신도 들었겠지만, 블랙워터에서 스톡브릿지까지 이어지는 철도 노선을 새롭게 건설할 예정이에요."
나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영국을 떠나 있었고, 그래서 새로운 건설 계획이나 지역 개발 이야기 등에 대해서는 들은 것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드웨리하우스 씨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개발 계획이 맞죠." 그가 말했다.
"상당히 거대한 개발이 될 겁니다. 스톡브릿지는 한창 번창하고 있는 도시예요. 상업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대도시들과 보다 직접적인 교통 노선이 필요하죠. 이번 철도 노선은 내 제안이었어요. 나는 우리 회사 이사회 앞에서 그 계획을 발표했고, 지금까지 그 계획의 실행을 전체적으로 감독하고 있었죠."
<추천평>
"굉장히 흥미로운 소설이다.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 derrymain, Goodreads 독자
"작가의 베스트셀러 작품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뛰어난 소설이었다. 아주 뛰어난 소설이라는 것을 반복하고 싶다. 열차에 수수께끼를 집어넣으면, 엄청난 읽을거리가 생겨난다."
- Rick, Goodreads 독자
"급행 열차에 탄 사람이 신비한 남자를 만나고 급격하게 친해진다. 기이할 정도로 신비하면서 슬픈 이야기였다."
- Patrick, Goodreads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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